스크랩·모음

가을로 가는길/편지지

구염둥이 2012. 9. 1. 18:57


           가을로 가는 길     
                              청원 이명희
길 위에 깔려 있는 난만한 생각 혈관을 관통하며 
녹음처럼 깊어졌던 상흔들이 
작고 가난한 희망 모아 가을로 가는 길 
울컥 커져버린 잎 새들의 함성 소리
더 이상의 서두름과 채근함은 필요 없다는 듯
절정을 이룬 숲 바람결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딱딱하게 박혔던 옹이도 
이제는 빼어내야 할 때   
한 박자 더디게 가을로 가는 길  
뜨거운 태양 머리에 이고 허방 짚던  마른 땅에 
축복처럼 환하게 핀 쓱부쟁이꽃 
수줍게 얼굴 붉히며 속정 드러냅니다
진종일 달구어진 햇덩이 안고 
미친 듯 울부짖으며 들끓던 바다 
산 그림자 입에 물고 가을로 가는 길 
물결이 강변 그리워하는 눈썹만한 외로움 
가슴 저며 오는 안부 그리워 
홀로 선 흰 그림자 웅비의 날개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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