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가는 길
청원 이명희
길 위에 깔려 있는 난만한 생각 혈관을 관통하며
녹음처럼 깊어졌던 상흔들이
작고 가난한 희망 모아 가을로 가는 길
울컥 커져버린 잎 새들의 함성 소리
더 이상의 서두름과 채근함은 필요 없다는 듯
절정을 이룬 숲 바람결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딱딱하게 박혔던 옹이도
이제는 빼어내야 할 때
한 박자 더디게 가을로 가는 길
뜨거운 태양 머리에 이고 허방 짚던 마른 땅에
축복처럼 환하게 핀 쓱부쟁이꽃
수줍게 얼굴 붉히며 속정 드러냅니다
진종일 달구어진 햇덩이 안고
미친 듯 울부짖으며 들끓던 바다
산 그림자 입에 물고 가을로 가는 길
물결이 강변 그리워하는 눈썹만한 외로움
가슴 저며 오는 안부 그리워
홀로 선 흰 그림자 웅비의 날개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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