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일기 / 이해인
나는 가끔 꿈길에서 어린 소녀가 된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또 하나의 나를 본다
엄마가 지어준 노란 원피스를 입고
나비처럼 춤을 추거나 엄마가 수 놓아준
푸른 헝겁 가방에 책과 공책을 잔뜩 넣고
학교 길을 걸으며 지각할까 마음 조이는
콩새 가슴의 학생이 된다.
얘, 넌 이 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내게 묻는 나무들에게
아직은 몰라, 천천히 생각해야 돼
새침을 떨며 조용히 걸어가는 나
아직 어른으로 깨어나지 못하고
꿈속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어린 날의 추억과 뒹구는
작은 인형이 된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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