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해인

눈 꽃 아가2

구염둥이 2012. 1. 25. 15:25
눈꽃아가2 / 이해인
평생을 오들오들 떨기만 해서 가여웠던
해묵은 그리움도 포근히 눈밭에 눕혀놓고
하늘을 보고 싶네
어느 날 내가 지상의 모든 것과 작별하는 날도
눈이 내리면 좋으리 하얀 눈 속에 길게 누워
오래도록 사랑했던 신과 이웃을 위해
이기심의 짠맛은 다 빠진 맑고 투명한 물이 되어 흐를까
녹지 않는 꿈들일랑 얼음으로 남기고
누워서도 잠 못 드는 하얀 침묵으로 깨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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