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낭송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

구염둥이 2012. 2. 7. 16:32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 詩' 한순애 (낭송, 고은하) 2011년 9월 26일 0시 8분 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세상 모든 것 두고 가시렵니까 이리봐도 정든 것 저리봐도 정든 것 무엇하나 두고 갈 수 없는 정을 어이 두고 가시렵니까 까만밤에 별 하나를 쳐다보며 한발 두발 걸어 오시던 길을 헤이며 봐 주세요 한 해를 시작하는 봄이 당신을 반겨 주었고 아름답게 핀 진달래, 개나리, 라일락 등 집 앞에 고목이 된 커다란 목련이 필 때면 당신은 거름지게 지고 허휘~허휘 높은 산밑 밭을 향해 씨앗을 키우려 한 짐 두 짐 나르셨는데 정녕코 가시렵니까 땀방울이 주름진 이마를 줄지어 내려오면 당신의 두터우신 손으로 쓰윽~ 닦아 내리시며 허리한번 펴지도 못하시고 여러 곡식들을 가꾸시느라 늘어만 가는 것은 검어지신 이마에 한줄 한줄 더 생기는 주름일 뿐이었는데 그래도 진정 가시렵니까 오색의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때면 여행이다 구경이다 여기저기서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 올 때 그 좋은 구경 한번 못하시고 어린 자식들위해 한톨의 곡식이라도 더 거둬 들이시느라 휘어지신 허리를 보고도 하늘 한번 쳐다 보시며 허허~ 웃으시게 못하여 드린 저희들은 너무도 후회스럽습니다 하얀눈이 소복이 쌓일 때면 어린 손 얼세라 따뜻하게 지내게 하시려고 나무지게에 흰 눈을 툭툭 털고 헛기침 한번 하시곤 담배 한 대 물으시고 산을 향해 나무하시러 가시던 당신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합니다 깊은 겨울 밤 이불속에서 살얼음이 살짝 언 동치미 무를 꺼내다 당신의 따뜻한 품속에서 이불덮고 아작아작 먹던 시절이 어제만 같은데 다시한번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데 그렇게 아름답고 진한 사랑과 추억을 만들어 주시고 저희 오남매 곁을 진정 떠나시렵니까 저희들은 보내드릴 차비가 아직 덜 되었는데 떠나가시는 당신을 진정코 바라볼 자신이 없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소리쳐 더 부르고 싶은데.. 집 앞에 목련이 필 때면 늘 평상 앞에 앉아계시던 아버지 모습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여린 우리들은 아직 덜 여물었습니다 아주 단단하게 여물어 바위에 던져도 부서지지 않으려 할 때 그 때 보내드리면 안될는지요 코스모스처럼 가느다란 마음으로 아버지의 모습과 음성을 저희의 삶을 소중히 간직할 괴짝속에 함께 넣어서 언제라도 듣고싶고 보고싶을 때 꺼내어 자상하시고 인정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의 흔적을 꺼내어 보며 어린 손자 손녀들과 저희 어릴 적 가정의 교육과 모든것을 하나 하나 빠짐없이 가슴속 깊이 남겨 두겠습니다 아버지! 새로운 길을 가시는 그 길엔 융단같은 길만 있고 목이 마를 때면 언제든 드실 수 있는 옹달샘물이 있고 무엇이든 가장 맛있고 좋은 것만 드시며 부디 좋은 곳을 찾아 가세요 이승에서 정을 주신 우리 아버지 우리 오남매에게 뼈를 남겨주신 아버지 우리만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님이시여! 저승에서는 훨훨 날아다니시면서 좋은 곳만 찾아 다니시기를 축원하나이다 아직도 당신에게는 어린 딸이 가시는 아버지의 손길을 붙잡지 못하고 이렇게 목놓아 울며 보내드리렵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세요 아버지! 아버지! 2011년 9월 26일 0시8분에 하늘로 떠나신 아버지께.. 순애 (효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