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낭송시

어머니의 봄 나들이

구염둥이 2012. 4. 24. 22:04



어머니의 봄나들이 - 詩'담향 김종임 (내레이션_고은하) 어머니가 전화를 받은 후 활짝 웃으신다. "얘야! 할머니들이 꽃구경가자고 한다." 관광버스가 4대씩 간다고 하신다. 칠십이 넘도록 여행 한번 못 했던 어머니가 이번에는 꼭 가고 싶다고 하신다. 평생을 외롭게 사신 어머니, 모처럼의 여행이 얼마나 좋으시기에 잠도 주무시지 않고, 어느 옷을 입고 갈까, 이것저것 꺼내놓고 고민을 하신다.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인가보다. 이것저것 입고 거울 보시기 수십 번. 비록 비싼 옷은 아니었지만 깔끔하게 차려 입고 모자에 장갑, 마스크까지 챙기시는 어머니. 처음으로 보는 어머니의 들뜬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2년 전 두 무릎을 수술 받고 새 삶을 사는 것 같다던 어머니에게 여행 한 번 보내드리지 못한 불효에 가슴이 아프다.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의 곳곳에 온갖 꽃들이 만발한 봄날, 첫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 굳이 말씀하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맑은 하늘에 떠있는 목화송이 구름처럼 평화롭고 한가로운 봄날의 여행이지만 어쩔 수 없이 모성애가 발동하셨나보다. 집에 아파 누워있는 딸자식 밥걱정하는 전화를 자주 주셨다. 어머니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할아버지들이랑 놀고 오니 기분 좋으냐고 놀렸다. 어머니는 꽃구경 봄나들이는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며 너무 좋아 하셨다. 가을에도 여행을 보내드린다고 약속한 후 밤늦도록 이야기를 듣다 잠이 들었다.

'사랑·낭송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에게로 가는길   (0) 2012.05.02
쓸쓸한 날의 연가  (0) 2012.05.02
가슴에 새겨 놓은 사랑  (0) 2012.04.14
내 가슴속에 숨어있는 사랑  (0) 2012.04.14
비가 내릴때는 그립습니다  (0) 2012.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