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잘 넘어가는 술
하늘이 술을 내리니... 천주(天酒)요
땅이 술을 권하니... 지주(地酒)라
내가 술을 좋아하고
술 또한 나를 졸졸 따르니
내 어찌 이 한잔 술을 마다하리오.
그러하니 오늘밤 이 한 잔 술은
지천명주 (地天命酒)로 알고 마시노라.
물같이 생긴 것이, 물도 아닌 것이
나를 울리고 웃게 하는 요물이구나.
한숨 베인 한 잔 술이 목줄기를 적실때
내안에 요동치는 슬픔 토해 내고
이슬 맺힌 두 잔 술로 심장을 뜨겁게 하니
가슴속에 작은 연못을 이루어놓네
석 잔 술을 가슴 깊이 부어
그리움의 연못에
사랑하는 그대를 가두어 놓으리라.
내가 술을 싫다하니 술이 나를 붙잡고,
술이 나를 싫다하니 내가 술을 붙잡누나.
술아! 술아! / 김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