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분저분

오월의 편지

구염둥이 2012. 5. 2. 09:59
♤ 오월 편지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 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 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에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 없이 흔들리는 붓꽃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자리로 바람이 가득가득 불어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 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다녀 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 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글쓴이 / 도종환-
늘 건강, 사랑, 행복 가득한 날 되시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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