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설화박현희

오지 않는 그댈 기다리며

구염둥이 2012. 2. 9. 17:40
    
    오지 않는 그댈 기다리며 / 雪花 박현희 


    보고 싶으니 만나자고
    용기 내어 말할 수 없는 그대임을 잘 알기에
    그대 의사는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내 약속 탓이었을까요.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할까.
    그댈 만날 기대와 설렘으로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오른 마음도 잠시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댈 기다리며
    난 만감이 교차했지요.


    못 견디게 그립고 보고 싶다던 말은
    모두 입에 발린 거짓이었을까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생긴 걸까.
    오지 않는 그댈 기다리는 동안
    나 자신은 점점 더 초라해져만 갔지요.


    그렇게 종일토록 기다렸건만
    끝내 그대의 모습은 구경조차 할 수가 없었어요.
    그것이 내가 그댈 사랑하면서 겪는 아픔의 시작이었지요.


    죽을 만큼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을
    차마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다는 것
    그래서 그리움을 형벌처럼 짊어진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내 가슴을 이토록 멍들게 하고
    명치 끝을 짓누르는 아픔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