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설화박현희

그대와 함께라면

구염둥이 2012. 4. 27. 23:44

 


그대와 함께라면 / 雪花 박현희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어도 
전혀 부끄럼이 없던 태초의 아담과 하와처럼 
그대와 함께라면 허례와 가식으로 둘러싸인 
마음의 가면을 훌훌 벗어던지고 
외딴섬에 갇힌 연인이어도 좋겠다.
 
우리만을 위한 사랑의 낙원에 
예쁜 오두막 집을 짓고 
하늘 땅 벗 삼아 살아도 
그대와 함께라면 
이보다 포근하고 아늑한 지상낙원이 또 있을까.
 

앞마당엔 붓꽃이며 채송화 심고

뒤뜰엔 외와 호박을 심어

구수한 된장찌개와 열무김치뿐인 소박한 밥상이어도

그대와 마주하는 식탁이라면 
임금님의 수라상인들 부러울쏘냐.
 
낮이면 넓은 들 파란 하늘을 벗 삼아 세월을 낚고 

달빛 고요한 밤이면

귀뚜리 쓰르라미의 세레나데에 흥을 돋우며 
그대와 색 진한 사랑가를 부르고 싶다.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라면 
가난한 무욕의 시인이어도 
나는야 참으로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