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설화박현희

조금만 사랑 하세요

구염둥이 2012. 4. 30. 16:17

 

조금만 사랑하세요 / 雪花 박현희

 

사랑이 깊으면

그리움도 외로움도 깊은 법이지요.

그리움도 외로움도 너무 깊다 보면

마음에 병이 들게 마련이고요.

 

그러니 너무 깊게 사랑하지 마세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언제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만큼

조금만 사랑하세요.

늪에 손 하나가 빠졌을 때는

언제든 쉽게 빠져나올 수가 있지만

한 손 또 한 손

한 발 또 한 발 자꾸 담그다 보면

마침내 영영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듯이

사랑도 너무 깊게 빠져들면

서로 파멸시키는 독이 될 수도 있답니다.

그러니

서로에게 독이 되지 않을 만큼

무거운 짐이 되지 않을 만큼

마음에 깊은 병이 들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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