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분저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구염둥이 2012. 5. 19. 12:01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이외수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을 
한 겹씩 파내려 가면 
먼 중생대 어디쯤 
화석으로 남아 있는 
내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때도 나는 
한 줌의 고사리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무는 바다 쪽으로 흔들리면서 
눈물보다 투명한 서정시를 
꿈꾸고 있을까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일수록 
더욱 선명한 화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