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김정임

억새같이 흰 머리

구염둥이 2012. 8. 16. 11:46

◇억새같이 흰머리◇

 

                                         ***澐華  김정임***

 

선생님 건강 하세요

 

굽이굽이 구불어진 산골 마을에

꽃과 같이 어여쁘던 어린 소녀가

가난한 남편따라 검은 머리 날리며

시집오신 곳 앞산에 소쩍새 울고 뒷동산에

뜸북새 우는 내 고향 산마루였네

 

 

철없던 그 소녀는 지금의 내 어머니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밤길에

언덕을 넘어 어머니 찾아가는 길

발걸음 재촉 했지요

 

 

어머니는 맨발로 달려와 반겨주셨네

먹과 같이 검은 머리 하얀 억새가 되어

하염없이 바람에 휘날렸지요

 

 

먼 산에 백설이 내리는 날은

가고없는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

당신은 애달픈 내 마음을 모르겠지요

 

 

 

*** 澐華 김정임 꽃잎에 쓴 엽서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