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분저분

꽃잎 인연

구염둥이 2012. 9. 13. 16:09


꽃잎 인연   
                    도종환 
몸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 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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