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설화박현희

인생의 가을

구염둥이 2013. 11. 16. 10:27

인생의 가을 / 雪花 박현희

길옆 가로수 노랗게 물든 은행잎

소슬한 갈바람에 파르르 떨다가 한잎 두잎 떨어져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이 쓸쓸히 남았습니다.

 

마음은 아직도 사춘기 소녀이고 싶은데

어느새 훌쩍 자라나 내 키보다 훨씬 더 커버린

사랑스러운 나의 분신들을 바라보노라면

흐르는 세월의 덧없음에

허무와 공허가 소리 없이 밀려듭니다.

인생의 가을이면 살아온 날들만큼이나

삶의 연륜 또한 넓고 깊어야 할 텐데

한층 또 한층 탑을 쌓고

그 쌓은 탑 허물어뜨릴까 봐

거미줄 치듯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날들이

참으로 무상하기만 합니다.

세월과 인생은 유수와도 같이

빠르고 덧없이 흐르기에

붙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으니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어

오늘 하루도 그저 무탈하게

후회 없이 살고 싶은 마음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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